내 멋대로 쓴 것

대체로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변화가 주어지면 우선은 그 변화를 회피하려 하며 최대한 그 변화를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애쓴다고, 그래서 사람은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이곳 저곳에서 가끔 들을 수 있다.

본인은 요새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데, 30년이 채 안되는 삶을 살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맺힌 그 한이 너무나 크기에, 주변에서는 간혹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참고 먹으며 애쓰고 있다. 최대한 몸의 지방을 컷하고 근육을 얻어, 이제껏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의 모습을 볼때마다 느꼈던 그 화를 조금이나마 덜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나도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몸'으로써 적으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의 경우에는 '평생'의 과제이며, 모든 남성들의 꿈과 소망이자 드래곤볼이라도 모아 빌고 싶은 소원 1위인 소위 '몸짱'의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보의 소통이 워낙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그 소통되는 정보들 또한 쉽게 과장되어 전달 되다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몸짱'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은 노력으로도 쉽게 몸짱이 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곤 하지만, 적게나마 운동을 시도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루 8~10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고 난 후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변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설령 하루의 절반 이상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을 활용하여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시도해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 변화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깨닫고 살아온 사람으로써 문득 오늘 들은 생각은, '과연 사람은 변화가 가능한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일종의 오기와 젊은 혈기로 '변화'되지 못하는 건 나 자신의 의지와 열정의 문제, 혹은 그 변화를 시도하는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들어 내가 해온 경험들은 이제까지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생각들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주변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주변 환경이나, 주변의 존재등에 나타나는 변화를 인지하고, 그 변화에 맞추어 적당히 자신의 생활 양식을 적응시켜 나간다. 그것은 일종의 삶의 자연스러운 행위로써, 주변의 변화에 의해 자신이 도태되거나 그로 인해 진화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을 피하려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와는 조금 다르게, 사람은 스스로 변화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금 인색하다. 자신의 식습관이나, 주거 양식, 혹은 생활 패턴 혹은 신체 구조 등의 변화를 자신의 직접적인 의지가 개입된 노력에 의해 변화되는 것은 주변의 변화에 비해 생각보다 드물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어떤 연예인들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그대로 TV에 모습을 보인다. (성형수술이나 기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외모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자신이 변하고 싶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자신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일까? (예를 들면 지금보다 너 슬림한 몸매 혹은 더 깔끔한 피부 혹은 더 많은 근육 등을 위해서)

필자가 좋아하는 축구의 예를 들어보자, 흔히들 축구팬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박주영 같은 선수는 테크닉과 축구센스는 훌륭하지만 무언가 피지컬이 연약하다.
차두리의 피지컬은 세계 Top 수준이지만, 볼을 다루는 테크닉이 뭔가 조금은 부족하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까?

박주영이 자신의 피지컬에 대해서 (그렇다고 해서 지금 박주영의 피지컬이 완전 쓸모 없는 수준의 선수라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루니와 같은 완벽한 스트라이커에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차두리의 경두도 그렇다. 어디까지나 이미 세계 수준 선수의 테크닉을 일반 선수랑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두리가 자신의 테크닉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보진 않았을까? 

어찌 그랬으랴.. 어떻게 보면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그들은 자신의 단점을 보안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리라, 그랬기 때문에 지금 그들은 그들이 속한 리그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보면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그 변화는 어떤가? 과연 눈에 띄게 변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박주영이 차두리만한 피지컬을 가지게 되고, 차두리가 박주영과 같은 테크닉과 축구센스를 가지게 되는 것이 가능한가? 박지성이 호날두 혹은 루니처럼 플레이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과연 노력한다면,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만 한다면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변화하지 못하는가? ...


여기서 결국 우리는 한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고 이뤄낼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박지성이 1년 혹은 2년 뒤에 호날두와 같은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사람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고, 어디까지 변할 수 없을까? 
그렇다면 과연 나는 소위 말하는 '몸짱'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패턴, 식습관, 근무 패턴을 바꾸어야 하고, 기초 체력부터 모든 것을 변화 시켜야 한다. 과연 그렇다면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나의 체력으로, 지금 나의 정신력과 의지력으로, 지금 나의 생활 환경으로? 

사람은 때론 변화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자신의 의지력을 탓한다. 과연 그것이 그렇게 의지력을 탓해야 하는 걸까? 체형이 뚱뚱한 사람, 피부가 거친 사람, 외모와 체형이 현대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지력을 탓하며 변하지 못하는 그들을 비난해야 하는 걸까? 

(결국 글을 쓰는 도중에 체력 소모를 많이 하다보니 빨리 정리를 하자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그에 분명 변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다. 아무리 노력해도, 애써도, 박지성이 호날두가 될 수 없고, 박주영이 차두리의 피지컬을 가질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의지의 문제도 아니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태도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한계이며, 스스로를 유지하고, 그 개성을 나타내려는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든 인간이 카멜레온처럼 쉽사리 변할 수 있는 존재라면, 과연 나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과연 무엇이라 할 수 있겠는가? 

변할 수 있는 부분과 변할 수 없는 부분들 그것들이 모여 한 사람을 이루고 한 존재를 이룬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나를 이룬다. 우리 모두는 (어떻게 보면 나 자신에게 더욱 강조해야할 말이겠지만)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 뿐만이 아닌 타인 고유의 모습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